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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적 평형

일정량의 물이 들어있는 비커에 설탕을 계속 부었을 때, 처음에는 설탕이 잘 녹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녹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설탕은 계속 녹고 있다. 다만 결정(結晶) 상태에서 용해된 상태로 변화하는 설탕의 양이, 용해된 상태에서 결정 상태로 변화하는 설탕의 양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처럼 미시적으로는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지만, 한 방향의 변화량과 반대 방향의 변화량이 거의 일치하여 거시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동적 평형’이라 한다. 


이와 같은 동적 평형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습도 100%의 포화 상태에서는 물이 더 이상 증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동적 평형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증발량과 응결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약 물이 담긴 그릇에 뚜껑을 덮어둔다면, 물의 양이 처음에는 줄어들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 즉, 처음에는 뚜껑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증발이 일어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증발된 분자는 뚜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뚜껑 속 액체 위의 공간에 존재하다가 기체 분자 수가 많아지면 증발량은 서서히 줄어들면서 그 중 일부는 액체 표면에 충돌, 다시 응결되어 액체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때 처음에는 응결 속도보다 증발 속도가 커서 액체 표면 위에 기체 분자 수가 증가하게 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응결 속도와 증발 속도가 같아지게 되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되는 분자 수와 기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 되는 분자 수가 거의 같게 된다. 이러한 동적 평형 상태가 되면 물의 양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 밀봉된 병이나 캔 속의 음료수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부피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더 나아가 생태계 에너지 피라미드가 균형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결국 각 단계로 유입되는 에너지의 양과 유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거의 일치하는 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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